좋았던 기억보다는

feel 2007. 1. 12. 18:02

오후 4시가 되서야 일어나
떡진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누나 밥줘 하는 동생녀석을 보니
이놈 군대 보낼 때 생각이 난다.

지금은 예비역 2년차가 된 내 동생이 군대갈 때
중요한 시험이 있어서 훈련소까지 따라가지 못하고 집에서 배웅을 했다.
마지막으로 얼굴을 볼 때에도 아무렇지 않았는데
버스를 타고 학교가는 길에 정말 엉엉 울고 말았다.

워낙 붙임성이 없는 녀석이라서 그리 친하게 지내지도 않고
터놓고 개인적인 이야기 한번 해본적이 없는데
피붙이라는게 이런거구나싶게 오만가지 걱정이 다 들고
그동안 내가 못해줬던 것들만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.

어릴땐 참 많이도 때리고
머리가 좀 커지고 나선 힘으로 안되니 동생이 잘못한게 있으면 쪼르륵 부모님께 가서 이르고
꼭 누나니까 양보해야 하는 상황에선 어쩔수 없이 양보하면서도 속으로는 이를 갈았다.

음, 그러고보니 나도 참 파렴치한 인생을 살았군.


왜 꼭 누군가를 떠나보낼때에는
즐거웠던 기억, 아름다운 추억보다는
못해줘서 아쉽고 상처줘서 미안했던 일들만 떠오르는걸까

그리고 다시 돌아오면 잘해줘야지
수천번 다짐했던건 다 어디로 가고 매번 똑같은 짓을 반복하는걸까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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